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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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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사운드 골프] 클럽과 스윙의 궁합

DATE / 2018.08.06

'세상에 반은 여자이지만 내 마음에 드는 여자는 한 명'이듯이 골프 클럽이 쏟아져도 내 마음에 쏙 드는 클럽은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982년 골프 클럽 생산을 시작한 야마하골프에서 선보였던 클럽을 모두 모아놓은 창고. [사진 이지연]



골프를 처음 시작한 38년 전 내 첫 무기는 벤 호건 아이언과 파워빌트 드라이버였다. 골프를 가르쳐줬던 프로를 통해 드라이버는 한 자루에 15만원, 아이언은 120만원 정도를 줬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호주머니 두둑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요즘처럼 클럽이 안 맞는다고, 조금 망가졌다고 클럽을 바꾸기는 힘들었다.

요즘이야 티타늄 같은 최첨단 소재의 제품이 나왔지만 당시 드라이버는 헤드가 숟가락만큼 작은 나무로 만들어진 퍼시먼 제품이었다. 감나무 소재의 퍼시먼 드라이버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쥐약이었다. 클럽을 몇 번 두드리고 나면 감나무가 부서져 수리를 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이언의 헤드 소울은 손가락만큼 얇았다. 나중에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로들이나 치는 어려운 클럽이라고 했다. 당시에 그만큼 나는 ‘뭣도 모르고 공만 쳤던’ 아마추어 골퍼였다.

38년 전만 해도 골프 클럽을 만드는 브랜드는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종류도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골프를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자 브랜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감나무가 아닌 크고 가벼운 카본 헤드 제품도 시장에 나왔다.

1982년 야마하골프에서 만든 이그잼플러(Exampler)라는 제품이 감나무가 아닌 카본 헤드로 만들어진 최초의 제품이었다. 야마하에서는 1989년 라이각을 조절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1991년에는 단조 모델로는 처음으로 티타늄 드라이버도 선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탓일까. 야마하의 시도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지만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골프를 38년 동안 하면서 드라이버는 꽤 많이 바꿨지만 아이언은 7~8번 정도 바꾼 것 같다. ‘세상에 반은 여자이지만 내 마음에 드는 여자는 한 명’이듯이 골프 클럽이 쏟아져도 내 마음에 쏙 드는 클럽은 찾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클럽 선택의 기준은 저마다 달라서 어떤 게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마추어에게는 역시 잘 맞고, 편안한 채가 최고다.

작년 여름 오랜만에 35년 전 회원으로 있었던 뉴서울CC에서 라운드를 했다. 15년 이상 다녔던 익숙한 코스. 코스도, 나무도 모든 게 그대로였지만 내 공은 과거보다 30~40야드 뒤에 떨어져 있었다. 추측 만으로 거리가 줄었다는 것을 느껴왔지만 충격이 꽤 심했다. 옛날에도, 지금도 또래들보다 비거리가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비애마저 들었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15년 이상 바꾸지 않고 클럽을 쓰곤 했지만  별 수 있나. 몇 년전부터는 클럽이 무겁게 느껴졌고, 스틸 샤프트가 부담이 됐다. 그래서 야마하골프 우드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떨어진 근력과 비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새로운 골프채가 나올 때마다 ‘10야드, 20야드 더 나간다’는 문구로 선전을 하는데 사실 바꿀 때마다 10야드 이상 늘어난다면 적어도 50야드 이상은 거리가 더 나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비의 발전이 골프를 더 쉽고, 편하게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형편없는 8자 스윙을 하는 사람이 비싼 드라이버를 잡았다고 모두 굿샷을 날릴 수는 없다. 어느 정도는 스윙이 만들어져야 클럽도 빛을 볼 수 있는 법. 그래서 연장 탓을 하고 나올 때마다 새 제품을 바꾸는 일 보다는 골퍼의 스윙을 가다듬는 게 훨씬 빠르다고 생각한다.

공이 잘 맞지 않다보면 스윙이 야금야금 바뀌어 어느 날 망가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이지연]



30년 쯤 전 야구인 출신으로 아마 고수로 유명했던 유병만 씨라는 사람과 골프를 했다. 1년 뒤 다시 만나 골프를 할 일이 생겼는데 내 폼을 보고는 놀라는 눈치였다. 1년 만에 스윙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이야기였다. 레슨을 받지 않고 혼자 공을 쳤는데, 공이 잘 맞지 않다보니 폼이 '야금야금' 바뀐 것이다. 타이거 우즈 같은 프로들도 스윙을 계속 체크하면서 가다듬는데 아마추어 골퍼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연습을 안 하고 골프 실력을 늘릴 왕도는 그 어디에도 없다.

요즘 내 가장 큰 고민은 드라이버다. 드라이브 샷이 자꾸 우측으로 밀려 골치가 아프다. 궁여지책으로 티잉 그라운드 오른 쪽에 서서 왼쪽으로 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럼 밀려도 공이 중앙에 떨어지니까. 하지만 샷이 밀리다보니 똑바로 날아가는 거보다 20야드는 손해를 보고 들어가는 게 신경이 쓰인다. 임팩트를 하면서 샷이 밀리면 벌써 손에 전해져 오는 감촉이 좋지 않다. 그래서 올해 골프는 70타대를 치는 것보다 그 문제를 고치는 게 가장 시급한 숙제다.